가정폭력 발생사례

가정폭력 상담사례에 들어가기전...

가정폭력은 가족구성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 일체를 포괄하는 현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학술적 측면에서의 가정폭력은 다소 개념상의 차이가 있다. 즉 학술적 측면에서 다루는 가정폭력은 정신적, 신체적 위해를 통칭하는 학대의 하위현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로 신체적 공격에 국한된 행위범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폭력의 행위자 즉 가해자와 피해자는 가족구성원이 되고, 가족구성원은 혼인관계에 있는 배우자나 과거 배우자였던 사람, 친자 관계에 있는 직계존비속, 계부모와 자녀의 관계, 그리고 친형제나 자매를 의미한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실질적인 가정폭력은 폭력의 행위자들 즉 주체와 대상에 해당하는 이들이 모두 동거상태에 있는 가족구성원에 한하여 적용되고 있다.

동거상태에 있는 가족구성원들에 의해 발생되는 가정폭력은 폭력의 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앞의 표에서 제시된 분류가 널리 통용되고 있다. 가정폭력은 폭행의 발생실태에 따라 우발적, 반복 규칙적, 습관적, 말기 중독적 폭력으로 분류될 수 있고, 피해대상, 가해방법, 생활수준, 학력 등 많은 분류기준에 의해 다양하게 나뉜다.

또한 가정과 사회는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가정폭력은 사회적 차원에서 많은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 먼저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라는 점에서 가정폭력은 해당 사회의 폭력성을 반영하는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가정폭력은 남녀 불평등이나 연령 불평등과 같은 요소를 매개로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해냄으로써 폭력의 악순환을 영속화시킨다. 즉 가정폭력의 문제는 개개인의 가족에 국한된 문제일 수 없고 포괄적인 사회전체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폭력에 관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지 못하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결점을 찾으려 하는 경향이 지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과거 유교주의적 가족윤리의 영향성이 지금까지도 사회 전반에 많은 부분 남아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폭력은 일회적으로 중단되지 않고 지속적인 반복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학습을 많은 부분 담당하고 있는 가정 내에서 폭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간의 의식 속 깊이 폭력이 내면화되어 대대로 전승되는 동시에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쉽게 폭력이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폭력의 순환성이나 전파성은 사회적 차원에서 심도있게 재고되어야 하며 가정폭력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 근본적인 요인을 찾아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가정폭력범죄는 상해, 폭행, 유기, 학대, 아동혹사, 체포, 감금, 협박, 명예훼손, 모욕, 주거·신체수색, 강요, 공갈, 재물손괴 등

(1) 경제적 학대 사례

<결혼 7년차 주부(37·남편과 딸 하나, 시어머니)>

상담내용 : 결혼 당시 남편은 직장이 없었지만 몇 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데다 앞으로 연구소에 취직하겠다는 약속을 믿었다. 그런데 결혼 후 남편은 시어머니에게 의지해 용돈을 받아쓰고 시어머니가 내 험담을 하면 ‘내조를 못한다’며 폭력을 휘둘렀다. 남편은 정신과에서 주는 약을 복용했고 입원과 통근치료를 반복했는데 알고 보니 신경쇠약이 있었다. 그전까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을 뿐더러 시어머니는 오히려 내 탓이라고 뒤집어 씌웠다. 어렵게 학원을 운영해 돈을 벌 수 있었는데 시어머니가 남편을 회유해 남편 명의로된 학원과 통장을 시어머니 명의로 이전했다. 내가 화를 내니 남편은 폭언을 했고 시어머니 역시 난동을 부리며 머리채를 흔들고 구타를 했다.

<남편의 무능이 자신 탔이라고 생각함, 남편이 시모의 품에서 독립하기 기대.>

조 치 : 상담자는 남편의 무능력과 무책임한 행동이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하고 있었고 지금이라도 남편이 시모의 품에서 독립해 분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담을 통해 고통을 들어주었고,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현재 상담자는 남편과 시댁이 있는 부산을 떠나 서울에 사는 친구의 도움으로 새로운 곳에서 경제적, 정신적 독립을 통해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남편과는 별거중이며 치유를 위해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2) 성적 학대

<결혼 15년차 학원운영 주부(40·남편과 아들 둘) >

상담내용 : 남편은 남자관계가 복잡한 시어머니 아래서 자란 환경 탓인지 여자에 대한 적개심이 크다. 결혼 초부터 술만 마시면 폭행을 했고 매일 성관계를 요구했다. 심지어 음란 비디오를 틀어놓고 변태적인 성행위를 요구했는데 한번은 성관계를 거부하다 맞아서 코뼈에 금이 가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다. 친정으로 피신한 적도 있는데 친정식구들의 설득과 남편의 애원으로 자식을 생각해 집으로 들어갔다. 각방을 쓰자고 하니 남편이 칼을 들고 위협하면서 성관계를 요구했고 뺨을 때리기까지 했다. 지금은 집을 나왔는데 이혼을 하고 싶다.

조 치 : 상담자는 이혼을 원했지만 자신감이 결여돼 좌절감을 느끼는 듯했다. 이혼하길 원했으므로 방법과 절차를 알려주고 현실을 잘 극복하고 대처해갈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지적해줬다. 이혼 후 겪어야 할 일들을 미리 생각하게 함으로써 이혼을 결정하는데 신중을 기하도록 했다. 남편 역시 시집의 도움을 얻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권유했다.

(3) 정서적 학대

위협하거나 벽을 치거나 고함을 지름으로써 여성이 심리적 위축과 공포를 느끼게 하고 오랫동안 침묵함으로써 불안과 긴장을 고조시킨다.

간접적인 폭력 행사로서 자녀를 학대하거나 가구를 부수기도 한다.

정신적 폭력의 결과는 수면 장애와 체중 감소, 궤양 질환, 신경과민, 히스테리증, 자살 충동과 심한 우울증, 정서 불안을 가져옴으로써 자존감이나 자기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키게 된다.

결과적으로 피해 여성은 탈진, 정서감정이 없는 로봇상태가 됨.

<결혼 8년차 주부(36·남편과 딸 둘, 아들 한명) >

상담내용 : 교사인 남편은 자신의 직업을 큰 자랑으로 여기지만 남편의 월급으론 생활이 어려워 내가 부업을 해 가정을 꾸려나갔다. 이후 남편은 수시로 외도를 하더니 5개월 전쯤 같은 아파트의 여자와 만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여자집에 자주 자러가고 생활비도 주지 않자 내가 그 여자를 찾아가 머리채를 잡은 적이 있어 이웃들도 모두 알게 되었다. 남편은 매일 술 마시고 와서 이혼을 요구하지만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억울해 못하겠다하니 구타를 했다.

조 치 : 대부분의 상담자들처럼 남편의 외도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달라지면 남편의 외도가 그칠지 궁금해 했다. 외도는 개인적인 원인제공보다 사회적인 측면이 강함을 인식시켰다. 즉, 여자는 가정에 충실하고 남자는 한번쯤 외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외도를 합리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상담자는 가정을 지키기를 원했으므로 의존적인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활에 우선적인 관심을 갖고 정신적, 경제적 힘을 키울 수 있도록 격려했다. 무엇보다 상담자가 무력감을 극복하고 주체적인 생활인이 되도록 유도했다.

(4) 신체적 학대

<결혼 10년차 주부(33·남편과 딸 하나) >

상담내용 : 남편은 고시에 실패하고 직업을 구해 사귄지 3년 만에 결혼을 했다. 결혼 후 사귄 남자가 있었느냐고 물어 짧은 기간 만난 사람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 때부터 육체관계를 추궁하면서 구타를 했고 현재의 아이조차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고 부정한다. 지금은 도박, 술, 외박을 일삼고 있다.

조 치 : 상담자는 10년이나 남편의 의처증 및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으면서도 헤어질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 이유는 자식 걱정과 경제적 능력 결여, 시간이 지나면 남편이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혼이 아니라도 남편의 폭력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 것과 남편이 폭력을 행사하면 즉각 경찰에 신고해 가정폭력방지법에 의거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조언을 했다. 상담자는 병원에서 치료확인서를 끊어 남편에게 보여주었으며 남편으로부터 앞으로 폭력, 욕설, 의심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공증을 했다.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제 생일이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은 아니었어요.

우리는 지난밤 처음으로 말다툼을 했지요.

다툼은 제 가슴을 아주 아프게 했어요.

그가 미안해하는 것도,

말한 그대로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도 전 알아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우리의 결혼기념일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닌데두요

지난밤 그는 저를 밀어붙이고는 제 목을 조르기 시작했어요.

정말 믿을 수가 없었지요.

온몸이 아프고 멍투성이가 되어 아침에 깼어요.

그가 틀림없이 미안해할 거예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지난밤 그는 저를 또 두드려 팼지요.

그런데 그전의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심했어요.

그를 떠나면 저는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죠?

돈은 어떻게 하구요?

저는 그가 무섭지만 떠나기도 두려워요

그렇지만 그는 틀림없이 미안해할 거예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거든요.

바로 제 장례식 날이었어요.

지난밤 그는 드디어 저를 죽였지요.

저를 때려서 죽음에 이르게 했어요.

제가 좀 더 용기를 갖고 힘을 내어 그를 떠났더라면

저는 아마 이 꽃을 받지는 않았을 거예요.

폴레트 켈리의 시

#가정폭력발생